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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9 호 경도·감튀 모임 확산…2030의 관계 방식

  • 작성일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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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224
김지연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잠깐 모여 함께 즐기고 흩어지는 일회성 오프라인 만남이 유행하고 있다. ‘경도(경찰과 도둑)’부터 감자튀김을 먹는 ‘감튀 모임’까지 가볍게 만나서 부담 없이 헤어지는 새로운 동네 모임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 세대가 관계를 맺고 확장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동네 모임


  최근 유행하는 동네 모임은 지역 기반 중고 거래·커뮤니티 플랫폼 ‘당근’ 등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하기에 대체로 집 근처 생활권에서 열린다는 점이 기존의 동네 모임과 비슷하다. 다만 기존의 동네 모임과 달리 정기적이고 지속적이기보다는, 한 번 모여서 가볍게 즐기고 해산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동호회나 스터디처럼 회비나 엄격한 규칙, 뚜렷한 목표, 친목 유지가 필수 조건이기보다는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필요할 때만 모이는 방식에 가깝다.


  이 같은 모임 형태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는 참여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당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나 모임방에서 ‘입장하기’를 누르거나 댓글로 신청한 뒤 공지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면 된다. 활동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구조여서 모임의 시작과 끝이 짧고 명확해 부담이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표 사례인 경도(경찰과 도둑) 모임은 주최자가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참가자들이 모여 경찰과 도둑으로 나뉘어 추격전을 벌이는 모임이다. 서울숲·한강공원·대학 개방 운동장 등 개방된 공간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고 참가자들은 약속 장소에서 서로를 확인한 뒤 규칙 설명을 듣고 곧바로 게임에 들어간다. 날씨나 상황에 따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로 바꾸거나 실내에서 마피아 게임으로 전환되는 등 운영 방식도 다양하다.


▲경도 모임 모집글 및 진행 (사진: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0400547)


  감튀 모임은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모이는 모임이다.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감자튀김을 여러 개 주문해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눈 뒤, 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헤어진다. ‘최소 3인 이상’, ‘사적 모임·개인 연락 자제’ 같은 운영 원칙을 두는 경우가 많다. 


▲ 감튀 모임 진행 (사진: https://www.mt.co.kr/living/2026/01/31/2026013014355069986)


새로운 동네 모임에서 엿볼 수 있는 청년 세대의 관계 형성 방식


  새로운 형태의 동네 모임의 확산은 청년 세대의 관계 맺기가 깊고 오래가는 관계에서 가볍고 짧은 관계로 바뀌었음을 나타낸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깊은 관계에서 동반되는 책임과 부담은 최소화하려는 청년 세대의 태도를 보여준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오히려 한두 번 만난 사람과의 관계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기존에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응답이 20대 38.4%, 30대 38%, 40대 35.2%, 50대 31.6%로 나타났다. 또한 ‘요즘엔 한두 번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편하다’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20대 32%, 30대 32.4%, 40대 30%, 50대 27.6%). 친밀함보다는 관계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 결과(사진: https://www.mk.co.kr/news/business/10473819)


  이러한 인식 변화는 동네 모임의 운영 방식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청년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깊게 관계를 쌓느냐보다는, 원할 때 참여하고 빠질 수 있는 가벼운 관계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동네 모임은 친밀함보다 가벼운 활동을 목적으로 짧게 만나는 것이 특징이다. ‘경도’와 ‘감튀 모임’ 역시 정해진 장소에 불특정 다수가 모여 함께 즐긴 뒤, 활동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이와 더불어 사적 연락 자제와 같이 관계의 부담과 위험은 최소화한다. 결국 청년 세대는 연결을 원하면서도 관계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생기거나 위험해지는 상황은 피하고, 필요할 때만 참여할 수 있는 관계를 선호하는 것이다. 새로운 동네 모임은 이러한 청년 세대의 관계 형성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행인가, 새로운 동네 문화인가


  전문가들은 동네 모임이 관계를 깊게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은 관계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피로를 느끼는 존재이다. 혼자 하는 활동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런 만남이 외로움은 덜고 관계 부담은 낮추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도 목적이 분명하고 짧게 끝나는 비격식 만남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도와 감튀 모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동네 모임의 부상은 청년 세대의 관계 맺기가 끈끈한 소속에서 필요할 때만 연결되는 관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동네 모임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어떤 형태로 남을지 이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본다면 앞으로의 청년 세대의 관계 맺기 방식의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지연 기자